0. 들어가며...
우선 이글은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의 생각을 바탕으로 쓰는 글이므로, 후배님들 개개인에 따라서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최근 한 후배님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하기위해 머리 속을 정리하다보니, 기계B 여러 후배님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이 들어서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래부터는 편의상 존칭은 생략함을 양해바랍니다.
기계과의 특성 상 대다수가 남학우들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병역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본다. 본인 역시 2학년 3학년 시기를 같은 고민을 하였고, 여러가지 생각 그리고 선배님들과의 면담등을 통해 나의 길을 결정했었기 때문에 그 혼란스러움에 대해서 잘알고 있다.
각자의 사정이 다르고,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길을 가라고 이야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미리 준비를 하고 최선의 길을 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앞에 어떤 길이 있는지를 잘살펴보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하는 것이 결국 최선이 아닐까...
그렇다면 군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길이 있는지 한번 잘 살펴보자. 여기서 전제 조건은 신체등급 1~3등급을 포함하여 현역 대상자를 비롯하여 보충역으로 공익등의 근무에 해당하는 사람도 포함하여, 병역 대상자를 위한 글임을 밝혀둔다. 면제 등의 대상자는 본인의 꿈을 위해 달려가면 되겠지..
1. 시기의 문제
다들 고민하겠지만, 군대를 가야한다면 언제 가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고민은 다들 하고 있으리라 본다. 개인적으로는 간다면 최대한 빨리갔다와서 학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또한 장기적으로 유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준비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지만 우리학교 주변의 선배들을 돌아보면, 여전히 안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앞서 말한 학업의 연속성도 있을 것이며, 두번째는 현역으로 군대 혹은 공익근무를 하지 않는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음, 귀찮이즘으로 인한 군대 연기도 있겠다 :)
시기의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꼭 필요한 한가지만 조언한다면, 선택은 빨리 준비는 느긋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암튼 내 개인적인 선호를 떠나서 시기의 문제는 후배님들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있으므로, 논의의 대상에서 빼고, 앞서 이야기한 현역/공익군무 혹은 다른 방법으로의 대체복무 선택의 문제로 가보자.
2. 현역/공익? 대체 복무?
각자의 선택에 따라서 남자들은 현역 또는 공익으로 근무하기도 하고, 다른 방법을 찾기도 한다. 다른 방법이란 흔히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특례 요원 근무의 정상적인 방법부터, 스티브 유와 같은 해외 도피 혹은 외국 국적 취득도 포함되겠지만, 여기서는 합법적이고 건설적인 방법만을 논의하겠다.
- 현역/공익 근무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나는 대한민국 남성으로 태어나서 정확한 신체검사에 따른 결과에 따라 현역(혹은 신체등급에 따라 공익 혹은 상근)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흔히 인생은 전쟁터라고들 하며, 회사는 엄격한 계급제 조직이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고 나아가서는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미리 군대라는 작지만 더 엄격한 조직 경험도 유용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군대를 가느냐 마느냐가 아니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이다. 알차고, 치열하게 자기만의 무기만을 준비하는 나를 갈고 닦는 시간이 되어야한다.
선택의 문제로 돌아가서 현역/공익이냐 대체 근무냐에 대해서 어떤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다만,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본다면, 군대를 가게 되는 것은 대체 근무보다는 짧은 근무가 될 것이며, 일반 회사에서는 배울 수 없는 자기만의 경험, 극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를 경험하며, 계급 조직 속에서 진급도 경험하고, 남들을 이끌어가는 분대장이 되어 Leadership도 키우게 된다. 그렇다 2년 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는 한 조직의 Leader로 커갈 수있는 씨앗을 키우기도 하고, 그저 시간을 허비하는 쓸데없는 조직을 경험하기도 한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강제적인 생활 규제에 따른 억압감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2년을 허비한다는 상실감, 기타 다른 것들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더 고민해본다면, 해외 유학 혹은 고시 공부, 공학이 아닌 타 전공에 대한 공부가 현재 본인의 이후 모습에 고려되고 있고, 확고하다면, 미리 군대를 마치는 것이 본인의 준비에도 좋고 마음도 홀가분할 것이다. 빨리 갈 것이냐 늦게 갈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이긴하다마...
- 대체 복무
이제 군대라는 곳을 가는 대신 나는 다른 방식으로 병역의 의무를 마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어떤 길이 있을 것이고, 어떻게 준비해야할 것일까. 사실 오늘 글의 핵심은 이것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병역대체 복무의 경우는 크게 두가지 밖에 없다.
- 운동선수들이나 예술인 중 국제대회를 비롯하여 이에 준하는 대회 및 경기에서 일정 성적을 올려서 받게되는 병역 혜택
- 본인의 자격증을 비롯한 전공과 관련된 산업체에 근무하며 병역을 대체하는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제
이 밖에도 몇가지 더 있기는 하지만 다들 먼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위에 이야기만 해보았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산업기능요원 및 전문연구요원제다.
=> 산업기능요원 및 전문연구요원
산업 기능요원과 전문 연구요원을 가르는 부분은 학위이다. 학사 혹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산업체에서 근무하며 병역을 대체하는 경우를 산업 기능 요원이라 하며, 석사 혹은 박사를 마치고 산업체 혹은 정부관련 연구소, 지정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병역을 대체하는 경우를 전문 연구요원이라고 한다.
즉, 쉽게 정부가 허가를 준 특정 산업체/연구소/기관 등에서 근무를 하며 해당 분야 발전에 기여하며 병역을 대신하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산업기능요원은 어떻게 준비를 하면 되는가?
1~3등급의 현역 대상자들이 산업기능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학부를 졸업하고난 후의 '학사' 학위와 학부 4학년때 딸 수 있는 특정 분위의 '기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또한 석사 혹은 박사를 마치고 전문연구요원으로 갈경우, 별도의 자격증이 없이, 본인의 연구분야 소속 연구소로 바로 근무가능하다.
우리과 학생들이 준비하는 기사 자격증은 두가지가 될 수 있다. IT 분야에서 근무하기 위해 준비하는 정보처리기사와 기계 및 전공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일반기계기사이다.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정보처리기사와 일반기계기사를 쳐서 살펴보기 바라며, 두가지 자격증 모두 어느 정도의 노력을 들인다면 충분히 획득가능하다.
정보처리기사는 시중에 문제집을 2~3회 보면 필기를 간단히 풀 수 있고, 실기는 C언어 혹은 Visual Basic을 다룰 수 있다면 간단하다. 특히 일반기계기사의 경우, 4대 역학을 위주로 필기 시험이 출제되며, 실기의 경우, Autocad 로 설계도면 그리기 및 요소설계의 기본적인 문제들이 출제된다.
암튼 기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학부를 졸업하게 되면 정부에 승인된 병역특례회사를 찾아서 입사후 열심히 일하면 된다.
4등급 이외의 공익근무 대상자들은 자격증이 없이도 근무가 가능하며, 이 경우 학사 혹은 고졸 자격 모두 특정 회사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준비를 이야기 했는데, 그렇다면 어떤 병특 기관을 가야할 것인가가 관건이 되겠다.
>> 잠시 다닐 회사? 평생 회사?
병특 회사를 고민하며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회사를 병역 대체의 수단으로 볼 것이냐, 커리어를 쌓고,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으로 선택할 것이냐 등이 있다.
물론 좋은 것은 병특 회사를 다니며, 커리어도 쌓고 병역 문제도 해결하고, 돈도 벌고, 평생 인정받으며 다닐 안정적인 회사를 가는 것이다만, 그런 회사가 많은 것은 아니기에 문제가 된다.
일반적인 병특 회사는
- IT 회사 :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입사하여, 프로그래밍 업무를 하게 된다. 이 경우, 장점은 서울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있고, 만약 전공을 떠나서 이 분야로 나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커리어 Development의 길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인 다음, NHN, 엔씨소프트부터 직원 10명 내외의 중소기업까지 다양하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기계과 출신 병특보다는 컴퓨터 전공 병특을 노리는 학생들을 더 선호한다, 물론 본인이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 언어에 특출나다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
=> 생각할 것은, 병역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는 것인지, IT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인지 명확히 해야한다. 병특을 마치고 퇴사하게 될 경우, 일반 기계 전공으로 가는 회사에서는 해당 경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중소 기계 관련 회사 : 일반기계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가는 대다수의 병특 회사다. 기계 절삭, 주조, 단조 등 기계류 제작 회사에서 설계등을 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장점은 설계 능력, Cad tool등에 대한 활용 등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중소 기업이기 때문에 항상 인력난에 허덕이며, 낮은 급여, 과도한 근무 시간, 월급 체납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천 남동 공단 및 경기도 안산 지역 등에 중소기업들을 예로 들 수 있다.
=> 경력 개발 측면에서 보면, 건실한 중소기업을 잘 선택해서 가게 되면, 이후 본인의 실력을 쌓는데 좋은 길이 될 수 있다. 다만 특정 중소기업의 경우, 병특 요원들의 상황을 악용 - 병특 회사에서 나가게 되면 바로 군대입대를 해야함 - 하여 악조건 속에 근무를 시키는 경우도 있기에, 회사를 선택시 잘알아보고 가야하며, 이후 본인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지 잘 고민해서 진로를 정해야한다.
- 대기업 기계 관련 회사 : 일반기계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가는 대기업들을 여기에 둘 수 있다. 예로, 대한항공/삼성테크윈/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 등의 기계,조선,항공 분야의 대기업들이다. 이러한 대기업들은 모두 방위산업체로 등록이 되어 있어, 매년 일정 수의 병특 TO를 받게 된다. 문제는 병특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비해 그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진입이 어렵다는데 있다. 장점은 대기업 수준의 급여 및 근무 환경, 경력 개발이 되겠다.
=> 이선택이 최선이 되겠지만, 생각해봐야할 것은 과연 내가 그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느냐와 넘지 못했을 경우, 차선책은 무엇이 될 것이냐이다.
상기 Case에서 공익 근무 대상자는 어디든 자격증 없이 지원가능하다 - 심지어 기계아닌 다른 분야의 병특회사도 가능하다 - 전기 전자 등등. 단 자격증이 없는 관계로, 본인의 능력을 입증해야한다는 것은 유념해야한다.
자 그럼 이제 어디로 갈것인가? 앞서 말했지만,
첫번째 선택이 : 내가 병특 회사를 병역의 대체 수단으로만 볼 것이냐, 경력 개발 및 평생 직장의 발견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만약 병역 대체 수단으로 정했다고 하면, 상기 세 분류 상관 없이 어디든지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가서 열심히 시간을 보내고, 자기 개발을 하면 될 것이다. 군대에서 2년을 보내는 것의 대체이니까 말이다. 보통은 유학을 준비하며, 영어 공부 및 학비 마련을 위해 병특을 선택하는 분들은 편하게 일하고 급여 많이 주는 곳을 선택하길 바란다. 다만 주의할 것은 좋은 곳일 수록, 병특만 마치고 나갈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당연히 내가 회사라면, 나를 위해 열심히 주욱 일해줄 인재를 찾기 마련이니까..
그렇지만, 만약 경력 개발 및 평생 직장의 연장선 상에서 이를 선택했다면, 조금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내가 뭘 할 것이냐가 첫번째 질문에 우선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현역으로 갈거냐 말거냐부터 시작이 된다는 것이다. 내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이냐를 고민해보자. IT 분야의 성공한 프로그래머? 기계, 항공, 조선 분야의 성공한 CEO? 연구소장? 각자의 길이 갈라질 것이다.
본인의 길을 선택했다면 다시 한번 상기 세 분류의 회사를 살펴보자.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그려지는가? IT로 가실 분들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논외로 두고, 기계분야에서 내가 가야할 회사는 어디일까.
그저 조건만 본다면, 대기업이요 하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중소기업의 장점도 있고, 그리 쉽지만은 않다. 즉 역시 본인의 취사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장점은, 우선 건실한 중견 중소기업을 갔다고 보고, 작은 회사 규모에서 오는 경험획득의 기회일 것이다. 즉, 회사가 대기업보단 작기때문에, 개개인이 보다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되고, 보다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된다. 즉 대기업에서 보다 실무를 더 가까이서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회사에서 병특이후까지 바라보고 있다면, 또한 이후의 승진 등에 있어서 능력이 뛰어난 당신이라면 장점이 있을 것이다.
단점을 생각해본다면, 어쨌든 급여 수준이 대기업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것과, 대기업 특유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배우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계 분야의 특성상 대부분 지방 근무이다.
대기업의 장점은, 상기 중소기업의 단점을 뒤집어 볼 수 있겠다. 안정된 직장, 일정 급여 수준, 대기업의 체계화된 회사 및 업무 시스템 프로세스를 배우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조직이 크기 때문에 뛰어난 당신이 별로 뛰어나보이지 않을 것이며, 하나의 부품화되어 굴러갈 것이라는 점이다. 실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대리 과장이 되어야할 것이며, 사원 시절에는 흔히 본인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선택은 이제 당신에게 달렸다. 그렇다하더라도, 내 의견을 이야기해본다면, 첫 시작은 큰그림에서 시작하는 것이 이후에 좋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이해하고 일하는 것과 무작위로 일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후에는 내 경험을 잠시 이야기해보겠다.
3. 나의 경험
나는 99년 기계항공공학부를 입학하여, B반에 소속되었었다. 많은 선배, 동기, 후배들과 즐거운 4년간의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전공과 교양 그리고 사회 정치 일반에 다양한 사건 사고를 경험하며 나의 미래를 그렸었다. 꾸준히 나를 괴롭혔던 고민은 공부를 더하여 대학원 나아가서 유학의 길을 갈것이냐 - 공부를 더한다면 석사에서 마칠 것인지 박사까지 심화할 것인지까지 - 와 일찍 사회로 진출해서 회사 경력을 쌓을 것이냐 였다.
각기 장단점이 있겠지만, 내게 더욱 끌렸던 것은 연구를 하고, 새로운 Technology를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회사를 경험하고 나아가서는 회사를 이끌어가는 존재가 되는 길이었다.
막상 이런길을 결정하자 문제가 되는 것은 병역이행이었고, 현역보다는 회사일을 하며 경력도 쌓고, 병역도 대체하는 길이 있다는 것에 솔깃했으며, 4학년 1학기 내내 자격증을 준비했다. 이때까지도 그저 막연히 준비하던 거였기에 정보처리기사와 일반기계기사를 모두 준비해서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기계학도로써 4년간의 공부를 무로 돌리기보다는 이를 이용해서 회사에서 나를 드러내고 발전시키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믿고, 당시 항공기 엔진을 개발 생산하는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삼성테크윈(구 삼성항공)에 지원하여 입사하게 되었다.
- 참고로 내 학점은 3.34/4.3에 TOEIC 점수는 없었으나, 자기 소개서의 말빨의 힘과 면접의 힘으로.. 간신히 붙었었다.
병역특례로 지원이었기에 인터뷰부터 서류지원등이 좀 복잡하기는 했지만, 운이 좋아 최종 합격되었다. 당시에 맡은 일은 FX사업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F16K 국산화 사업)에서 F110 엔진 개발에 투입되어 신입사원초기를 보내게 되었다. 각종 도면 분석 및 실제 절삭, 판금, 열처리 적용에 필요한 각종 스펙 분석에 이르기까지 업무를 배우며 8시에 출근 12시에 퇴근을 6개월 가량 반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말도 없이 근무하며, 투덜거리기도 하였지만, 큰 회사에서 정밀한 시스템과 프로세스 업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밤낮없이 주말없이 일을 배웠기에, 몸은 고되지만 남들보다 앞서서 찾아서 배우고 익힌다는 생각으로 나섰고, 남들이 1년 2년에 배울 것을 6개월 1년에 익힐 수 있었다. 나름 인정도 받고 자리도 잡았지만, 계속 머리속을 맴돌던 질문은 회사 속에서 내가 그저 하나의 부품처럼 돌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이렇게 나의 발전이 있는 것인지였다.
이런 고민이 거듭되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서 회사 생활도 2년을 채워갔다. 이제는 투입되었던 개발 업무도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었고, 회사에서의 위치도 자리를 잡았다. 남들보다 빠르게 업무도 담당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공허한 것은 내가 무언가 꾸려가고 싶다는 욕심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병특 3년간의 기간중 1년여를 남기고, 회사를 옮길 결심을 한다. 이제는 규모는 보다 작되, 내가 일을 주도적으로 꾸릴 수 있어야하고, Global한 업무를 해야하고, 그렇다고 급여적인 부분이나 시스템이 딸리는 회사도 아니어야했다. 오랜 검색과 해드헌터와의 접촉 끝에 선택한 회사가 Siemens Automotive였다.
독일계 자동차 부품 회사로, 학사 병특의 TO는 없지만, 전문연구요원 특례 업체로 지정되어 병무청에서는 특례업체로 지정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병특 업체 중 석사이상 병특만 있는 경우라도, 본인의 TO를 들고 전직할 경우, 그 병특 기간이 이관될 수 있다. 4개월간의 서류지원, 인터뷰, 임원 면접을 거쳐서 2005년 2월 드디어 전직을 한다.
회사를 옮겨서 담당하게 된 것은 구매팀에서 업체 및 부품을 개발하는 업무 였다. 즉 이전 삼성에서 담당했던 개발, 품질 보증과 일정 부분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기존 2년간의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전직을 고민하면서도 가장 큰 화두는 무조건 회사가 싫어서 옮기는 것이 아니고, 나의 경력 개발에 있어서 Story가 있어야하며, 이후 내가 회사의 Top이 되는 길에 도움이 되는 업무들로 꾸려져야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병특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뿐만이 아니고, 일반 회사에 진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커리어 상에 일관되는 화두가 되어야한다고 믿는다.
현재 나는 옮겨온 그 회사에서 몇번의 업무 변화 - 업체/부품 개발에서 프로젝트 담당 - 를 거쳐 현재는 Central Purchasing 에서 아시아지역 담당 구매를 하고 있다. 어리버리한 신입사원은 그렇게 몇년의 노력을 거쳐서 자기의 영역을 넒히게 된다. 그렇지만 시간이 자연스레 그렇게 만든다고 믿지 말자. 내가 한만큼.. 내가 고민한 만큼 나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들이라고 믿자..
4. 마무리
정리하자면, 나는 운좋게도 대기업에서 병특을 시작했고, 일관된 이야기를 가지고 회사에서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병특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래 몇가지를 꼭 머리속에 화두로 삼고 결정해보자.
>> 현역이냐 병특이냐 보다 우선되어야할 것은, 그 이후에 어떤 이야기를 써나가고 싶은가이다.
- 유학의 길을 갈 것이라면 현역으로 빨리 마치는 것도 좋고, 공부를 더 빡시게 하고 병특을 하며 언어공부도 하며 커리어도 쌓고 학비도 마련하는 길도 있다.
>> 병특의 길을 간다면, 병특이 병역 대체 및 금전적인 수입의 수단이 될 것인지, 경력 개발도 포함될 것인지를 고민해라.
- 이왕이면 경력 개발과 업무 개발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차선의 경우, 병역 대체 혹은 금전적 수입의 수단도 가능하다.
- 단,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둘것이냐를 명확히해야한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되면, 본인 뿐만 아니라 회사도 피해를 본다.
>> 석사/박사를 마치고 병특을 갈 것이냐 학사를 마치고 갈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본인이 회사에서 나아갈 길에 따라 결정해야한다.
- 내가 연구직으로 크게 성공하고 이름을 날리고 싶다면, 석박사를 마치고 연구소로 갈 수 있다. 단 일반적으로 연구소에서 석사의 위치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박사의 support 역할만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
- 회사의 일반적인 개발직이나 다른 분야로 나가는 것이라면, 석박사 보단 일찍 학사를 마치고 나와 업무 경력을 쌓는게 좋을 수도 있다.
>> 병특 중 전직을 하더라도, 주의할 것은 본인의 경력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한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병특 업체 중에는 크고 좋은 회사들도 많지만, 작고 이상한 회사도 많다. 잘 알아보고 가지 않는 경우, 본인의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으므로, 정말 심사숙고해주시기 바란다. 또한 언제든지 한가지 Solution으로만 미래를 꿈꾸지는 마라, Risk management 가 잘되어야 본인이 예상치 못한 일에도 당황하지 않으므로, 1안이 실패할 경우 2안, 3안도 고려해보시길..
내가 아는 그리고 보아온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학생들은 모두 엘리트이자 똑똑한 인재들이다. 그렇기에 그대들이 넒게 보고 길게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병역의 의무는 분명 중요하며 2년~3년의 긴 시간을 소요하는 일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수십년의 인생에서 단지 2년이란 거쳐가는 기간이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던, 회사에서 병특으로 근무하던 얼렁뚱땅 흐지부지 보내게 되면, 그대에게 독이 될 수 도 있지만, 현명한 이라면 어느 자리 어느 시간에 있던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점을 명심하고 길게 후배님들의 꿈을 꾸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곧 사회 현장에서 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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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고민, 군대, 기사자격증, 병역,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